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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지혜는 약인가 독인가 ~??

모글리一兵 2010. 5. 14. 14:22

미국 여류시인 사라 티즈데일(1884~1933년)은 지혜를 삶의 진리로 이해했다. 그의 시 '지혜'는 '성숙하고 고요하며 매우 차가운 지혜의 눈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삶은 내게 진리를 선사했을 것이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지혜의 순간은 '내가 잘못된 것들에 맞서 날개치기를 그만두었을 때, 살짝 열린 문들 뒤에 타협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다가온다고 했다.

수천 년 동안 지혜는 인간 지식의 극치로 여겨져 왔다. 중세의 유명한 예술작품인 '지혜의 나무'는 이런 견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나무는 지혜를 정점으로 천문학과 기하학, 음악, 산술, 문법, 수사학, 논리학 등 7가지 학예를 나뭇가지로 배열했다. 7가지 학예를 결합해야 지혜가 된다는 것이다. 지혜를 얻으려면 평생의 시간이 필요하고 소수의 사람만 가능하다고 여겼다.

지혜란 오랜 세월 획득한 광범위한 지식과 전문 능력을 말한다. 국어사전적 뜻은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다. 불교에서 지혜는 제법(諸法)에 환하여 잃고 얻음과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마음의 작용으로서, 미혹을 소멸하고 보리(菩提)를 성취하는 힘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지혜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비범한 수행능력이자 나이가 들면 더 성숙해지는 인지영역이다.

그러나 많은 사상가들은 이중적인 잣대로 지혜를 바라보기도 했다.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는 지혜에 대한 의혹과 경고 신호를 보냈다. 율리시스가 배를 타고 지나갈 때 지구상 모든 일을 알고 있는 바다의 요정 사이렌은 달콤한 노래를 부르면서 그의 정신을 지식으로 풍요롭게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그러나 사이렌들이 노래를 부르는 풀밭 주변에는 호기심에 현혹되어 암초에 걸리고 만 선원들의 썩은 시체가 널려 있다.

로마 정치가 키케로도 저서 '신의 본성에 관하여'에서 지혜의 위험을 언급했다. 그는 "이성이 몇몇 사람에게만 이롭고 많은 사람에게는 큰 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간에게 애당초 이성이 없었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성경에도 지혜와 관련한 불운을 예고하는 구절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전도서 1장18절에서는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고, 아는 것이 많으면 걱정도 많더라"고 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19명의 공저 '지혜의 탄생'은 지혜의 실체를 연구했다. 얼마 전 입적한 법정 스님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칭송하지만 과연 어떤 자질을 보고 판단하는지 모호하다. 지혜는 파악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자 편견으로 둘러싸여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과연 지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로버트 스턴버그와 미하이 첵센트미하이, 마이클 챈들러, 폴 발테스 등 심리학 거장들이 다양한 연구방법과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서로의 연구 결과와 자신의 이론을 두고 정반합(正反合)을 하면서 지혜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들은 기원전 5세기 소크라테스부터 위대한 철학 저서와 세계 문학을 동원해 총체적인 연구를 했다. 호머의 '일리아드'와 플라톤의 '법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셰익스피어의 '햄릿',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등 방대한 분량의 저서들이 언급된다.

지혜를 추적하는 과정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논의가 많아 어렵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묵직한 책은 감각적이고 일회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깊이'와 '진정성'에 대한 물음표다. 우리가 책임져야 할 미래에 대한 작은 경고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머리말에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