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천명(山水天命)
금강호피의 어머니는 금강입니다.
거친 호피 원석들을 가슴에 품어 귀하고도 귀한 완성형의 호피들을 우리에게 보내 주신 그 그리운 금강!
이 걸출한 호피는 오래 전 지탄쪽 골재 채취시 세상에 나온 돌입니다.
본인이 명품이나 명작이 아닌 지고지순한 한 점의 명석(名石)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기에 이 돌을 보면 가슴이 시려옵니다.
돌로 보낸 30여년 세월이 아깝지 않은 제 금강호피 석실의 의연한 맹주(猛主)이지요.
간혹, 이만한 산수경석을 또 간직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반문(反問)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평생을 다하여 자신 없음도 분명하게 인정합니다.
이 산의 주봉은 기상미 넘치는 웅장한 영웅(英雄)의 산입니다.
만조백관을 거느리는 위엄과 기백을 아우르며 산세가 유장(悠長)한 좌지봉으로, 오른 손을 감싸 소중한 것들을 넉넉히 품어 키우는 제왕지세(帝王之勢)의 풍수(風水)를 가집니다.
또한 좋아하지는 않으나 속칭 3면법에 그대로 적용되는 돌입니다.
깨끗한 수마미에 좋은 바닥과 뒷면까지도 깔끔하며 산과 물이 있는 산수경석의 정형으로써 지극한 모범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금강호피를 스스로가 실경산수(實景山水)라 말하는 표본과 같은 돌이기도 하지요.
이와 관련하여 본인이 2010년 5월 5일 발표했던 관련 글 『금강호피 산수(錦江虎皮 山水)의 이해(理解)』의 제4장을 아래에 함께 실어드립니다.
한번 읽어 보시고 이 호피를 감상한다면 그 맛이 각별하리라 믿습니다.
4. 금강호피 산수(山水)는 실경산수(實景山水)
그렇다면 금강호피 산수는 무엇인가? 우리가 관행적(慣行的)으로, 또 당연(當然)하다고 생각하면서 추구(推究)했던 검정색 계열이나 그와 비슷한 류(類)가 아닌 전혀 새로운 색상(色相)과 이질적 요소(要所)를 보이는 이 독특(獨特)하고 특징적(特徵的)인 돌의 참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본인은 여러해 전 어떠한 산수호피 명품을 보고는 커다란 충격(衝擊)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 충격의 여파(餘波)가 내 자신이 아는 모든 수석의 명산지들을 다 버리고 금강에게로 돌아와 오로지 금강호피 산수라는 하나의 분야에 몰입(沒入)하게 하는 결과를 빚었었다. 그것은 본인에게 새로운 세계의 문(門)을 여는 뜨겁고도 명확한 섬광(閃光)과 같은 것이었다.
그 호피는 아름답고 밝으며 화사한 옅은 황금색 피질에 검정색과 검 푸른색이 잔잔히 가미(嘉味)된 완벽한 물씻김의 명품 호수석이었다. 선, 면, 살갗, 고태미 그리고 바닥이라는 요소를 두루 갖춘 그 돌을 보는 순간 본인이 이제까지 알았던 금강호피에 대한 경박(輕薄)스러운 사고【 : 본인 스스로도 금강호피는 비만하고 후덕하여 듬직하다(어찌 보면 더 이상 감상의 포인트가 없을 경우 말하는 겸양(謙讓)의 문구?)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여 왔다. 세련되고 산뜻한 맛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였으나 군살이 전혀 없이 깔끔하고 단아(端雅)하며 청초(淸楚)한 그 모습에 당시 크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가 산산이 깨어져 나갔다.
기껏해야 좋은 물형(物形)정도로 이해했던 금강호피! 어쩌다 볼 수 있었던 부족한 듯한 바보 산수형의 그 둔중한 금강호피! 더구나 색감이 현란(絢爛)하고 화사(華奢)하여 산수경이 추구하는 깊고 그윽한 색상으로써는 애초부터 부적합하다는 본인의 확고(確固)했던 기존통념(旣存通念 - 아마도 금강호피를 물형 정도로 밖에 못 배웠던 본인의 무지와 엷은 지식 그리고 단순했던 시각의 한계를 탓한다.)이 밑바닥부터 흔들려 무참히 처박히는 찰나(刹那)의 순간이었다.
바로 그 호피는 실경산수【實景山水 : 눈앞 그대로 나타나는 산수경의 자연적 색상과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써 음미(吟味)한다는 뜻으로 칭(稱)한다. 즉, 상상(想像)의 세계나 원의 색조로 색상을 음미하는 산수가 아닌 그 산수의 타고난 색상(色相 : 산과 암벽 그리고 수목의 색상이 생동감과 사실감을 동반하여 나타나는)을 가감(加減) 없이 산수 경으로써 감상한다는 뜻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중기에 이르기까지 자연경관 및 지역을 소재로 그린 산수화인 실경산수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기존 수석의 감상법을 무시(無視)하거나 격조(格調)를 논하자는 것이 아님을 이 자리를 통하여 분명하게 밝혀둔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서는 추후에 본인이 따로 글을 쓸 예정이다.】였다.
흑백(黑白)에 도통(道通)한 듯 칼라의 눈을 가진 인간이 숭고(崇高)한 상상과 원의 색조로 실경에 존재하기 어려운 검은색 계열의 산수를 음미(吟味)하고 예찬(禮讚)하는 것이 아닌, 웅장한 푸른 산과 암갈색 천애(天涯)의 암벽(岩壁)과 짙푸른 천년송(千年松)이 눈앞에 펼쳐지며 시원한 호수가 하나의 돌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칼라의 세계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렇다! 기존 우리가 배워왔던 수석의 세계는 아련한 이상의 추구(推究)를 통한 깊은 심미안을 필요로 했다면, 금강호피 산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되고 시가 된 모습 그대로의 실경산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충격(衝擊)은 대단했다. 한 순간, 본인이 어줍지 않게 배워왔던 많은 수석의 통념(通念)이 깨어진다는 것 그리고 수석의 기초(基礎)부터 다시 되돌아본다는 것에 대하여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虛憊)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저는 금강호피를 “강렬한 화려함과 깔끔한 수마미가 어울린 자연의 미학”이라고 평합니다. 이 호피를 감싸고 있는 동수반은 1m의 예원 작품으로 모래는 경주금사 1호이며 바닥 좋고 완벽한 알돌호피 입니다. 그리고 이 산수경석은 금강 호피계의 원로님과 대선배님들에게 극찬을 받아 오던 돌임을 밝혀 드립니다.
석명 : 산수천명(山水天命)
산지 : 충북 옥천군 이원면 지탄리
크기 : 50+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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