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사골 단풍도 절정인거 같다
생태 보행로를 따라 가을색, 곱게 덧칠한 오색 단풍
계곡에 비춰진 물은 붉은색 물감으로 뿌린듯 아름답구나
와운 마을에 도착하니 하늘을 달리는 구름도 비껴 누어 간다는 속설처럼
바람 한점없고 고요속에 천년송은 말없이 맞이해 준다
그에 우아한 자태에 머라 형언할 수 도 없고 그냥 머리 숙여진다
천년송 그에 천분지,만분지 일이라도 닮아 봤으면....
================고향 ==============
김용택
남원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한 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축축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뜨려놓습니다
온몸을 싸고도는 이 서늘한 향기,
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슬픈 깃털을 일으켜 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아득한 능선에 서 계시는 그대여
우르르우르르 우뢰 소리로 골짜기를 넘어가는 그대여
앞서가는 그대 따라 협곡을 오르면
삼십 년 벗지 못한 끈끈한 어둠이
거대한 여울에 파랗게 씻겨내리고
육천 매듭 풀려나간 모세혈관에서
철철 샘물이 흐르고
더웁게 달궈진 살과 뼈 사이
확 만개한 오랑캐꽃 웃음 소리
아름다운 그대 되어 산을 넘어갑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승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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