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춘향골

지리산 숲길 노치마을 당산 소나무

모글리一兵 2009. 6. 29. 22:51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노치[蘆峙]마을

 

 

노치샘에서부터 대간 길은 수정봉을 향해 키를 높이면서 노치 마을의 당산 소나무를 지난다. 아름이 넘는 건강한 육송인데도 바위틈에 뿌리내린 소나무처럼 운치 있게 휘어져 있다. 소나무 앞에서 잠시 몸을 돌려세워 만복대에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줄기들을 바라본다. 사실 차례로 지나게 될 수정봉이나 고남산은 백두대간이 아니었다면 동네 뒷산으로 머물렀을 산이다. 그러나 백두대간의 한 부분을 차지함으로서 지리산과 같은 명산과 대간 멧등으로서 동등한 지위(?)를 누리게 된다. 낮은 산이 없이는 높은 산도 없는 법. 대간?정간?정맥의 산줄기 체계가 강과 산의 유기체적 관계를 통찰한 결과물이듯, 산의 높낮이 또한 거대한 생명체로서 산줄기의 꿈틀거림이다.


노치마을 뒷산 당산 소나무야


노치마을 뒷산 당산 소나무야

지낸 세월이 오백년이 넘었다면서

늙음은 보이지 않고 힘이 펄펄 솟아나는 청년 같구나.


옆 동네 여원제 에서

자기 가슴을 칼로 도려내 버리는

선혈 낭자한 순결의 앙칼짐을 보았느냐

민초들의 원성이 일어서 돌아다니고

그 원성이 동학군의 함성이 되었음을 듣고 있었느냐


건너편 지리산자락에서

같은 하늘을 이고는  함께 살아 갈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

인간들의 부질없는 이념 싸움통 속에서도

운봉들 판소리  흥부가의 신명에 춤추며

푸름의 융단위에 폭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데도

오수( 午睡 )를 즐기면서 살았단  말이지


노치 샘 정화수 마시면서

불편하게 살아가는 것도 낙(樂)이고

손발이 닳도록 일하며 살아가는 것도 행복이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에 계속 서있겠다는 것이지


나도 지금 이 자리에

너처럼 뿌리 콱 박고

한 백년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 후기 -

노치마을 당산 소나무는  살아있는 역사다

당산 소나무는 결코 죽지 않는다

역사의 순간을 기억하고 살아서

막무가네로 백두대간을 사랑한 사람에게 할머니가 손녀에게

구술동화 들려주듯 나무가 보고 들은 것을 들려준다.